









<Re-peel>
있는 그대로를 받아들이고 사랑하라. 우리에게 그 말은 때로 너무도 버겁다. 사랑이란, 늘 부산물을 남기기 마련이다. 장자는 과일이 자연의 선물이라 말했다. 장자의 철학처럼 자연을 있는 그대로, 그 섭리대로 살아가려 해도 우리는 자꾸만 그 과정에서 무언가를 남기게 된다.
과일은 크게 과육과 껍질로 이루어져 있다. 달콤한 과육을 한입 베어 물며 우리는 자연의 선물을 음미하지만, 껍질은 남는다. 인간에겐 그 껍질이 너무 거칠고, 너무 단단해서 온전히 받아들이기엔 버거운 모양이다. 남겨진 껍질들이 비록 사랑이 아니라 해도, 그 부산물들이 온전한 사랑의 일부였음을 잊지 않으려 한다.나는 그 껍질들을 모아간다. 버려진, 사랑 받지 못한 껍질들. 갈리고, 부서지고, 그 위에 사랑 받는 과육의 과즙이 얹혀져서 서로 어우러질 때, 비로소 전혀 다른 모습으로 재구성된다. 껍질과 과즙이 섞이며 다시금 새롭게 태어난 이 모습도, 또 하나의 사랑의 형태일까? 비록 원래의 모습은 아니더라도, 사랑 받지 못했던 부분들이 서로 엉켜 새로운 이야기를 만들어 낸다면, 그것도 하나의 사랑이 될 수 있지 않을까?
버려진 껍질과 과즙이 어우러져 새로운 이야기를 만들어 내는 과정에서, 비록 원래의 모습은 아니더라도 새로운 사랑의 가능성을 느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