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By Bike>
내가 사는 목동은 학생들을 위해 설계된 도시다. 학교와 학원, 병원, 공원 등 학업에 필요한 요소가 빽빽히 얽혀 있고, 그 사이를 아이들은 자전거로 오간다. 이곳에서 자전거는 이동수단뿐 아니라 학업을 위한 도구이자 자존심이며, 때로는 계층을 드러내는 상징이 된다. 오후가 되면 학원가 광장은 자전거로 가득 차고, 정돈된 배열과 무질서하게 얽힌 모습이 공존한다. 그 풍경 속에는 학업과 경쟁에 갇힌 학생들의 일상이 압축되어 있다.
목동은 한국 사교육 체제를 가장 압축적으로 보여주는 도시다. 2024년 기준 한국 학생들의 사교육 참여율은 80%, 총 사교육비는 29조 원에 달한다. 초등학생 참여율이 특히 높아 경쟁은 이미 아동기에 구조화된다. 성적 향상이라는 단기적 효과 뒤에는 불평등의 심화, 학습 동기 저하, 정체성 혼란이 겹겹이 쌓인다.
오후 5시가 되면 수업 시작을 기다리는 학생들과 자전거가 몰려든다. 삼삼오오 모여 있는 아이들의 대화 소리, 시끄럽게 울리는 학원 버스 경적, 그리고 좁은 보도를 가득 채운 자전거 행렬이 하나의 장관을 이룬다. 밤 10시, 교습 종료 시각이 되면 귀가 행렬이 이어지며 도시의 리듬은 아이들의 시간표에 맞춰 움직인다. 그러나 그 리듬은 자율이 아닌 강요에 가깝다.
자전거는 이 구조 속에서 이중적인 의미를 갖는다. 학원으로 향하는 필수 도구이자, 짧은 순간의 자유를 허락하는 탈출구다. 하지만 결국 학생들은 미완성된 존재로 남아, 자전거처럼 균형을 잡으려 애쓴다. 성장과 성숙을 강요받지만 자아는 흔들리고, 무질서한 질서 속에서 경쟁과 탈진을 동시에 경험한다.
목동의 자전거 풍경은 곧 한국 사회의 초상이다. 성적과 경쟁을 기준으로 한 위계가 도시 공간을 재편하고, 어린 시절을 줄 세우는 시스템이 아이들의 삶을 규정짓는다. 결국 학원가를 가득 메운 자전거는, 한국 교육 사회가 아이들을 어떻게 길들이고 소진시키는지를 드러내는 집단적 은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