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By Bike>
내가 사는 목동은 학생들을 위해 설계된 도시다. 학교와 학원, 병원, 공원 등 학업에 필요한 모든 요소가 촘촘히 얽혀 있다. 그리고 그 사이를 학생들은 자전거로 나아간다. 이곳의 자전거는 단순한 이동 수단이 아니다. 자전거는 학업을 위한 도구이자 학생들의 자존심이며, 때로는 그들의 계층을 드러내는 상징이 된다.
오후 6시, 학원가 광장 주변에는 수많은 자전거가 빼곡히 주차된다. 학생들이 학원에 갈 시간이다. 가지런히 정돈된 자전거들 사이로 무질서하게 놓인 자전거들이 얽혀 있다. 질서와 혼돈이 공존하는 이 풍경 속에서, 학업과 경쟁에 갇힌 학생들의 단면이 드러난다. 빼곡한 자전거 배열 속 미성숙한 존재들인 학생들이 만들어내는 균열들에서 반복되는 학업의 흐름속에 놓인 아이들의 감정들이 보이기 시작한다. 자전거가 곧 학생들의 모습처럼 느껴진다.
이곳에서 자전거는 이중적인 의미를 지닌다. 학업의 필수 도구이자 동시에 탈출구다. 아이들은 자전거를 타고 학원으로 향하지만, 때로는 그 위에서 짧은 자유를 느낀다. 그러나 그 속에서도 미완성된 존재로 남아 있다. 성장과 성숙을 강요받지만, 정작 자아는 미완성된 채 흔들리고, 자전거처럼 균형을 잡으려 애쓴다. 정해진 시간과 경로 속에서, 자전거는 또다시 학원으로 향하는 도구로 전락한다. 결국 학생들은 무질서한 질서 속에서 경쟁하고, 성장과 붕괴를 동시에 경험하게 된다.
목동의 자전거는 하나의 문화이자 은유다. 그것들은 한국 사회의 학업 경쟁과 학생들의 삶을 은유적으로 보여주는 매개체이며, 학생들이 겪는 불안정성과 구조적인 한계를 시각적으로 보여주는 중요한 집단적 초상이다.